2000년 3월, 드래곤의 알을 훔친 사나이

2000년 3월, 드래곤의 알을 훔친 사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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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3월, 팝리니지를 술렁이게 만든 ‘드래곤의 알 사건’은 단 한 명의 유저가 서버 전체를 혼란에 빠뜨린 전대미문의 도둑질이었다. 당시 리니지에는 레어 아이템 중 하나로 ‘드래곤의 알’이라는 장식 아이템이 존재했는데, 실제로는 아무 쓸모 없지만,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희귀성과 부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한 유저가 우연히 글루딘 마을 외곽에 버려진 ‘드래곤의 알’을 발견했고, 이 희귀 아이템을 획득하는 순간을 스크린샷으로 찍어 팝리니지에 자랑스럽게 올렸다. 그런데 문제는, 이 알이 사실 한 혈맹이 이벤트 용도로 모아둔 소장품이었다는 것이다. 소속 혈맹 창고에 잠시 옮겨놓은 걸, 실수로 일반 필드에 드롭한 후 잠깐 자리를 비운 것이었다.

그 유저는 자신이 줍자마자 사람들이 귓말로 “그거 우리 건데 돌려줘”라고 말하자 당황했지만, 곧 “이건 내 손으로 주운 내 알”이라며 반박했다. 그렇게 알을 둘러싼 갈등은 시작됐고, 팝리니지에는 “드래곤 알 도둑 사건 전말”이라는 제목의 긴 분석 글이 올라왔다. 유저들은 반응이 갈렸다. “줍는 자가 임자다” vs “혈맹 재산은 존중해야 한다”라는 논쟁이 벌어진 것이다.

결국 해당 유저는 알을 돌려주지 않았고, 해당 혈맹은 공식적으로 PK 선언을 했다. 며칠 동안 서버 전체에서 알을 가진 유저는 쫓기며 도망다녔고, 그의 이동 경로는 팝리니지에 실시간으로 공유되었다. 누군가는 그를 ‘달걀맨’이라 부르기 시작했고, 그 별명은 빠르게 서버 전체에 퍼졌다.

심지어 누군가는 그의 도망치는 모습을 그림으로 그려 ‘달걀맨의 모험’이라는 만화를 만들어 팝리니지에 연재하기도 했다. 만화는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고, 유저들은 댓글로 “잡히지 마!”, “끝까지 달걀을 지켜!”라며 응원했다. 현실은 냉정해서, 결국 그는 어느 늪지대에서 매복 중인 암살 조에게 당하고 말았다.

드래곤의 알은 다시 원 주인 혈맹에게 돌아갔지만, 팝리니지에서는 “그 알은 더 이상 평범한 알이 아니다”라는 말이 떠돌았다. 이후 해당 혈맹은 알을 ‘서버 박물관’이라는 명목으로 누구나 볼 수 있게 전시했고, 팝리니지에는 알이 돌아온 날을 기념하는 팬아트가 쏟아졌다.

그리고 지금도 누군가 희귀템을 들고 도망 다니면 이렇게 말한다.
“야, 너 혹시 달걀맨 후계자냐?”
“그런 전설은 팝리니지에서 시작됐거든.”